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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

역사 속의 코딱지: 조선시대에도 코를 팠을까?

1. [코딱지와 생리현상] 인간의 본능은 시대를 초월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코를 팠을까?”라는 질문은 얼핏 우스꽝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인간 생리의 보편성과 문화적 제약을 함께 탐구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코딱지, 즉 비강 내 점액과 먼지, 세균이 엉긴 부산물은 인간의 신체가 외부 유해 요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물입니다. 우리 몸은 매일 평균 1~1.5리터의 점액을 생성하는데, 그 중 일부가 굳어져 코딱지가 됩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이 생리현상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만, 조선 시대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오늘날처럼 휴지나 면봉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주로 손이나 손수건, 혹은 개인이 지닌 가볍고 얇은 도구를 사용해 비강을 청소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그 ‘행위 자체’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였던 것이지요. 유교적 예절이 생활의 중심이었던 조선시대에는 공공장소에서의 코청소는 예의에 어긋난 행동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것이 코딱지가 없었다거나 코를 파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은 그것을 더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처리했을 뿐입니다.

 

역사 속의 코딱지: 조선시대에도 코를 팠을까?

 

 

2. [위생과 의학] 조선시대의 건강관리와 비강청결의 간접적 연관

조선시대의 위생 개념은 현대의 과학적 위생 개념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들 나름의 건강관리법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한의학은 조선시대 건강관리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인체의 오장육부와 오관(五官, 눈·귀·코·입·피부)을 연결하여 해석하는 이론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코는 폐(肺)와 직결된 기관으로 여겨졌으며, 호흡의 흐름이 원활해야 폐 건강도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코 내부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행위는 단순한 위생 차원을 넘어 기(氣)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건강 유지 행위로 여겨졌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간에서는 약재를 달인 물로 코를 씻거나, 겨울철 감기 예방을 위해 폐에 좋은 약초를 복용하며 코막힘을 완화하려 했습니다. 비록 현대적인 '코세척' 개념은 없었더라도, 코 내부를 깨끗이 유지하려는 의도는 존재했을 것입니다.

또한, 양반가에서는 매일 아침 세수와 함께 손과 얼굴을 씻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고, 여인들은 분과 향을 얼굴에 바르기 전 코 주위의 이물질을 닦아내는 습관도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코딱지 제거는 조선시대에도 개인 위생의 한 축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풍속화와 문헌] 기록되지 않았다고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의 풍속화는 서민과 양반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귀중한 시각자료입니다. 김홍도, 신윤복 같은 화가들의 작품에는 시장, 목욕탕, 선비의 서재, 여인의 파우더룸까지 다양한 일상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코를 파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런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장면을 그림에 담는 것이 문화적으로 부적절하거나 품위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문헌 기록에서도 코를 파는 행위 자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예기’나 ‘소학’ 등 유교 윤리서에서는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타인의 시선 앞에서 신체를 함부로 드러내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코 파기 같은 사소한 습관도 포함되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 사회는 ‘겸양’과 ‘자제’를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코청소는 금기시되었고, 기록이나 예술에서도 은연중에 배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기록이 없으니 존재하지 않았다”는 식의 단정은 조심해야 합니다. 오히려, 은밀하고 개인적인 공간, 이를테면 아침 세면시간이나 가족끼리의 휴식시간 중에는 조용히 코를 정리하는 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4. [문화와 교훈] 인간의 본성과 사회 규범의 경계

조선시대의 코파기 행위에 대한 탐구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 행동의 본능성과 사회문화적 억제라는 두 축을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코딱지를 만들고, 그것을 제거해야만 편안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문화와 시대는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을 규정합니다.

오늘날에도 공공장소에서 코를 파는 행위는 무례하거나 비위생적으로 여겨집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스트레스, 습관성 행동, 자기위안 욕구의 표현으로 분석되기도 하지요.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리적 본성은 존재했으나, 그 표현은 문화에 의해 조절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인간의 작은 습관 하나를 통해도 시대의 위생 수준, 건강관리 방식, 사회적 금기, 심리학적 해석 등 다층적인 의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코딱지를 단지 ‘불결한 것’이 아닌, 인간의 자연스러운 일상과 문화의 교차점으로 재해석해보는 경험이 되었길 바랍니다.